모의재판 통해 소송 준비 ‘성공신화’
700만달러 승소 이끈 이제영 변호사
“소송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봅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입장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의뢰인의 신뢰를 얻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LA 한인타운에서 교통사고 및 상해 전문 로펌을 이끌고 있는 이제영 변호사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최근 대형 보험회사를 상대로 700만달러 보상을 이끌어내는 등 다른 곳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케이스들도 이 변호사가 손을 대면 성공적인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조사와 아낌없는 투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제영 변호사를 만나 ‘성공 신화’의 비결과 소신, 계획 등을 들어봤다.
과학적 분석과 투자
이제영 변호사 사무실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변호사 사무실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실제 재판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의뢰 케이스에 대해 ‘모의재판’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컨퍼런스룸은 인상적이었다.
이제영 변호사는 케이스의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10여년 전 한인 리커 업주와 종업원 간 제기된 전 1,200만달러 로토 당첨금 소유권 주장 소송에서 리커 업주 측 변호를 맡아 승소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또 (black triangle)대형 보험회사를 상대로 쟁취한 150만달러 승소 (black triangle)3만달러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끌어낸 20만달러 승소 (black triangle)최초 1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합의금을 48만달러로 끌어올린 협상력 등은 바로 과학적인 조사와 아낌 없는 투자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모의재판으로 철저한 준비
특히 이 변호사는 재판의 승소를 위해 한 차례에 5,000달러 안팎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실제 지역 주민들을 초청, 모의재판을 실시해 재판에서 강조해야 될 내용을 재차 확인하고 배심원단의 심리를 알아보는 사전작업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모의재판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의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 이 변호사가 법정에서 벌이는 공방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먼저 NBC 현역 프로듀서가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 제작한 비디오가 현직 아나운서의 설명과 함께 상영된다.
미 전역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최정예 의사들을 증인으로 세워 교통사고를 전문 의학 지식에 기초해 풀어간다. 각종 CT 촬영 기록을 비롯한 의학 자료를 본 배심원들은 모두 마음이 돌아선다. 거기에 법과 규정을 꼼꼼히 짚어가며 치밀한 논리를 펼치는 이 변호사 팀의 배심원 설득은 상대방 소송인을 헤어나오기 힘든 곤경에 빠뜨리는 결정타가 된다고 한다.
골리앗을 이기다
3년 전인 지난 2007년 2월 LA 다운타운에서 봉제공장 매니저로 일하던 한인 배인식(48)씨는 커피를 사기 위해 오전 6시께 그랜드와 피코 횡단보도를 건너다 좌회전하는 버스에 치었다. 당시 배씨는 뇌출혈과 팔,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고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지만 해당 버스회사와 보험회사는 오히려 배씨가 신호를 지키지 않고 갑자기 횡단보도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형 버스회사인 ‘퍼스트 트랜짓’과 이들의 보험회사인 ‘AIG’를 상대하기에는 당시 사고현장의 목격자도 없었고 불법체류 신분에 영어 한마디 할 수 없었던 배씨에겐 그야말로 ‘청천병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골리앗’을 상대로 한 배씨의 소송은 이제영 변호사의 손을 거쳐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최근 700만달러 승소로 결론지어졌다.
특히 이 변호사는 의뢰인 배씨와 함께 실제 재판과 동일한 환경을 만든 모의재판을 9차례나 시도했다고 한다. 재판에 대비해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였고 이를 통해 이 변호사는 배심원단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했고 실제 재판에 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 심리를 이용한 준비 외에도 철저한 조사와 의뢰인과의 신뢰를 쌓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지난 3년동안 배 선생님과 무려 100차례 이상 식사를 하며 만났고 한국에 직접 방문해 그의 가족들과 만나 어린시절에 대해 조사했다”며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의료진들의 진술에 대한 모순점을 찾기 위해 이들이 5 ~ 10년 전 법정에서 증언했던 사실들을 분석해 이들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도록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제대로 증상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의뢰인의 상황을 완벽히 알아야 한다”며 “그 누구도 억울하게 피해를 당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본래 미국인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연락도 잘 되지 않아 고민 끝에 이제영 변호사에게 케이스를 의뢰했다는 배인식씨는 “당시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내 손을 들어 줬을 때만 생각하면 아직까지 눈물이 난다. 나의 양심을 믿고 끝까지 도와준 이 변호사님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증언에 나섰을 때도 심장이 떨렸지만 변호사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객의 신뢰가 최우선
최근 윌셔와 옥스포드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한 이제영 변호사는 “나와 우리 로펌의 노력보다는 우리를 끝까지 믿고 따라 와주는 고객이 있기에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사안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설명하면 고객과 신뢰가 쌓이고 이렇게 솔직하게 접근하다 보면 승소할 수 있는 ‘답’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향후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고아원이나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 변호사는 “항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뢰인들에게 승소의 기쁨을 안겨 줄 때가 변호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언젠가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이에 항상 양심적인 변호사가 되자고 스스로 되새긴다. 은퇴한 후에는 아이들을 돕는 평범한 봉사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Picture caption: 이제영 변호사가 최근 700만달러 승소를 이끌어낸 한인 교통사고 케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민 인턴기자>
Blue box: 이제영 변호사는
8세이던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1.5세로 UC버클리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UCLA 법대를 졸업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UC버클리 재학 때 한인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 1993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지금까지 18년째 교통사고만 전문으로 다루며 로펌 ‘이제영 변호사 그룹’을 이끌고 있다.
Excerpt:
컴퓨터로 사건 입체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배심원 설득
대형보험회사 맞서기 위해 의뢰인과 100번 식사 · 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