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불체자, 700만달러 소송 이겼다
<버스회사 상대>
48세 배인식씨, 이제영 변호사와 2년여만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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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길 건너다 좌회전 차에 치여
‘골리앗’ 버스회사측, 신분약점 등 악용
“네탓이오, 거짓말” 징벌적 거액 배상금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눕혔다.
40대 한인이 대형 버스회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여 7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배인식(48)씨는 버스회사 ‘퍼스트 트랜짓’과 2년여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지난 6월, LA 수피리어 코트에서 열린 재판에서 모린 더피-루이스 판사로부터 거액의 배상금 판결을 받았다.
배 씨는 지난 2007년 2월 27일 오전 6시쯤 다운타운 그랜드와 피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다 좌회전하는 버스에 치여 뇌출혈과 팔 ·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당시 봉제공장 매니저로 근무했던 배 씨는 출근 후 공장 문을 연 뒤 커피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배 씨는 교통사고 전문 이제영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2008년 여름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상대는 막강했다. 퍼스트 트랜짓은 미 전역에 1만800여대의 버스를 운행 중이며 연 승객만 3억명에 달한다. 특히 이 회사를 담당하는 보험사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다.
버스회사와 AIG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배 씨가 빨간불 상태인 횡단보도로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주장했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증인은 없었다.
이 변호사는 법정에서 버스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했고, 치열한 질문공방이 이어졌으며 이에 피고 측은 결국 사고책임에 대해서 인정했다. 그리고 배심원 전원(12명)은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배 씨가 사고로 장애를 입거나 큰 수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상금이 700만 달러가 된 것은 공공의 발을 자처하는 대형 버스회사가 거짓말을 했다는 부도덕성 때문이다. 징벌적 배상금이 매겨진 것이다.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 대학교수도 400만 달러 승소 판결을 얻는데 그쳤다.
또한 버스회사측은 엉뚱하게도 불법 체류자인 배 씨의 신분을 들먹이며 원고가 이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지만, 법정은 배 씨의 신분과 이번 케이스는 무관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승소를 이끌어 낸 이제영 변호사는 어느 쪽의 잘못인지를 구분하기 힘든 상황인 이번 케이스를 위해 일반 시민들을 선발, 사무실로 초대했다. 이들을 통해 배심원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여러차례 모의재판을 실시하며 전략을 짰다. 또 교통 전문가, 의사 등을 총동원해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의뢰인 배 씨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냈고 한국까지 가서 배 씨의 가족도 만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상대쪽이 솔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이번 소송에 임했다”며 “미국땅에 사는 같은 한인으로서 우리가 이곳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씨는 “700만 달러 배상금 판결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우 기자
picture caption: 전국망을 가진 대형 버스회사를 상대로 700만 달러 손해배상 판결 승소를 이끌어 낸 이제영 번호사(왼쪽)가 16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배인식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 씨는 커뮤니티에 이번 승리를 알리기 위해 특별히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신현식 기자